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건강 수명’은 어떤 재산보다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특히 면역력과 장 건강을 중심으로 한 기초 체력 관리가 시니어 생활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효식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식품 트렌드가 아니라, 과학이 뒷받침하는 건강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발효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NielsenIQ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초 기준 지난 1년간 미국의 발효식품 및 원재료 시장 규모는 약 **611억7천만 달러(약 84조 원)**에 이르렀고, 이는 4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7%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소비자들의 장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발효식품은 사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전통 식문화입니다. 김치, 젓갈, 된장, 고추장 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건강을 지탱해 온 자연발효 식품들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의 과학이 이 전통 식품의 가치를 하나씩 검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다양하게 유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염증성 바이오마커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먹으면 속이 편하다’는 경험적 지혜가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은 단순히 소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신의 면역체계, 감염 저항력, 심지어는 기분과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스탠퍼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매일 일정량의 발효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은 염증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락트산균, 젖산 발효물질, 각종 유기산 등이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바꾸어 건강에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은 시니어에게 특별히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식사 후 불편감, 만성 염증, 면역력 저하 같은 문제들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흡수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도 체내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합니다. 발효식품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이미 분해가 이루어져 있어 소화가 더 쉽고, 장에서 유익균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 세계 소비자들도 이러한 가치를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김치와 사우어크라우트는 미국에서 장 건강 식품의 ‘쌍두마차’로 소개되며, 이른바 ‘김치에 호기심 많은 소비자(kimchi-curious)’ 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전통 김치 특유의 강한 향과 톡 쏘는 감칠맛이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오히려 그 생생한 풍미가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는 시니어 독자들에게 발효식품을 ‘건강 생활 루틴’으로 자리 잡게 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몇 가지 실천적인 조언을 함께 드립니다.
첫째, 너무 짠 발효식품은 피하고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건강에는 좋지만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 관리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김치·된장·요거트 등 발효식품 종류를 다양화해 보는 것입니다. 한 가지 음식만 반복하기보다 다양한 발효 식품을 병행하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해조류와 함께 섭취하면 발효식품의 효능이 더욱 커집니다.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몸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천천히 섭취량을 늘리는 방식을 권합니다. 위장 기능이 약한 분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발효식품 증가가 부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효식품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기능성 식품을 넘어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음식입니다. 밥상 위에 김치 한 조각이 더해졌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 따뜻한 집밥을 먹을 때의 만족감은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날 세계는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김치를 중심으로 한 발효음식은 이제 글로벌 건강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한국식 식생활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동시에 우리 시니어에게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반가운 변화입니다.
여러분의 식탁에 있는 발효식품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나이를 먹을수록 더 중요한 ‘건강 파트너’입니다.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다양하게, 그리고 조금 더 즐겁게 발효식품을 삶 속에 들여보시길 권합니다.
건강한 장은 건강한 하루를 만들고, 건강한 하루가 쌓여 활기찬 시니어 라이프가 만들어집니다.
— 일본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최근 일본에서는 곰 출몰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만 13명이 곰 공격으로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는 소식은 한국에서도 크게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위험보다 더 빠르게 확산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AI 가짜 곰 영상’입니다. 실제보다 훨씬 자극적인 장면을 합성한 영상들이 마치 지금 당장 벌어진 일처럼 공유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서도 야생동물의 도심 출몰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강북·도봉·서초·송파 등지에서는 멧돼지나 고라니가 주택가에 나타났다는 신고가 반복되고, 아파트 단지에서 너구리나 오소리가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자연과 도심의 경계가 뚜렷했지만, 지금은 생태계 변화와 도심 확장, 녹지 연결성 증가 등으로 야생동물의 생활권과 사람의 생활권이 겹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환경 이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NS와 포털 커뮤니티 같은 비공식 채널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이나 과장된 사진이 빠르게 퍼집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촬영된 멧돼지 난동 장면이 ‘서울에서 찍힌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재유포되거나, 오래된 CCTV 영상이 ‘오늘자 사고’처럼 다시 떠도는 일이 반복됩니다. 가끔은 AI 기술로 자연스럽게 합성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니어뿐 아니라 젊은 사람도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영상이 반복되면 시민들은 실제 위험 신호가 발생했을 때 “또 가짜가 퍼지겠지”라며 경고를 가볍게 여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이 아닌 사건이 ‘실시간 상황’으로 잘못 알려져 주민들이 불필요한 불안에 사로잡히고, 행정기관에 신고가 쇄도해 대응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 공포는 배가되고, 사실 확인은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야생동물 출몰 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강조합니다. 갑자기 마주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촬영을 위해 접근하지 말고, 동물을 자극하는 행동을 피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움직임은 야생동물의 공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119나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입니다. 또한 도심으로 내려오는 동물의 대부분은 먹이를 찾기 위한 경우가 많으므로, 생활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시니어 세대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정보 분별력’입니다. 이제 영상이라고 해서 모두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영상이기 때문에 더 쉽게 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건강, 안전, 금융 분야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가짜 정보가 퍼지며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출처를 확인하고, 자극적이고 믿기 어려운 정보는 우선 의심하고, 공식 경보·문자를 최우선으로 신뢰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모호할 때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불필요한 불안과 실수를 줄이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곰 출몰과 가짜 영상의 확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도시화, 고령화, SNS의 속도, AI 기술의 발전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시대에는 ‘정확한 정보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자원이 됩니다. 서울 역시 비슷한 환경 변화 속에 있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균형 잡힌 정보 이해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한다면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의 신뢰와 대응력도 함께 강화될 것입니다.
- 기술과 돌봄의 새로운 경계를 바라보며
요즘 미국에서는 우울이나 불안, 그리고 일상의 외로움까지 A.I. 챗봇에게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여성은 정신적 위기 속에서 전통적 상담이 잘 맞지 않아 결국 A.I. 챗봇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챗봇이 묵묵히 대답하고 질문을 이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과거에 했던 말을 기억해주기도 하고, 고민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그녀는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을 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마음을 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A.I.는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도, 실수한 내용을 털어놓아도,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새벽에 불안이 심해져도, 일상의 긴장이 갑자기 밀려와도, 챗봇은 단 한 번의 탭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어떨 때는 인간 상담사보다 더 차분하고 안정적인 태도로 감정을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I.가 사람 상담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이 점을 가장 조심스럽게 강조합니다. A.I.는 사람의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묘한 말투, 얼굴의 표정, 잠깐의 침묵 같은 것들은 상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A.I.는 아직 이런 비언어적 신호를 완전히 해석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이 충분히 신뢰할 수준은 아닙니다. 자살 충동이나 급성 스트레스처럼 즉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입니다. 결국 이런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치료 결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A.I. 상담 도구가 시니어에게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의 정서적 어려움은 종종 가족이나 사회가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자녀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걱정과 건강 문제는 늘 짐처럼 따라옵니다. 많은 시니어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A.I. 도구가 하나 생긴다는 것은 일상 속에서 감정을 환기하고, 기분을 정리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덜 외롭게 만드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이럴 때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A.I.는 기분 변화를 기록해주고, 하루를 돌아보게 해주며, 때로는 사용자의 감정 패턴을 분석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는 일상의 기억을 정리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 상담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정서적 지원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 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니어가 이런 기술을 사용할 때는 몇 가지 위험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입니다. 감정 기록은 가장 내밀한 데이터이며,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면 악용 위험도 큽니다. 또한 A.I.는 때때로 잘못된 조언을 줄 수 있습니다. 챗봇의 답변은 완벽하지 않으며, 오답이나 오해가 담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계와의 대화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는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정서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했는데, 오히려 관계가 더 단절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니어가 이 도구를 건강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사람보다 더 신뢰하거나, 인간관계를 대체할 만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A.I.는 감정을 기록하고 정리하도록 돕는 역할, 또는 상담을 준비하기 위한 가벼운 정서 관리 도구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가족의 도움을 우선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즉각 연락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 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시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되 인간적 돌봄의 영역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A.I.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고통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손을 잡아주며, 함께 기도하고 지지하는 존재는 결국 사람입니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도울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돌보는 힘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기술과 인간 돌봄이 균형을 이룰 때, 시니어의 정서적 삶은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새로운 의학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 전통적 가치의 경계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처럼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윤리·종교·문화적 논쟁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 발표되는 연구들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 임상적 성공 가능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학술회의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과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실제 임상 사례들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공상과학에 가까웠던 시도가 이제는 병실에서 실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왜 동물 장기인가: 절박한 부족 문제
모든 국가는 공통적으로 이식 가능한 인간 장기의 절대적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매년 약 17만 명의 환자가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 이식이 이루어지는 비율은 10% 남짓입니다. 그나마 부유한 나라의 이야기이며,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투석조차 받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습니다. 투석이 가능하다 해도 경제적 부담과 신체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본은 문화적·종교적 이유로 시신 훼손을 꺼리는 전통이 강해 신장이식 대기 기간이 15년~30년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은 인구는 많지만 사망 후 장기를 기증하는 비율이 극히 낮아, 수요 부족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한국도 장기 이식 대기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기증률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동물 장기 이식 기술이 ‘궁극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술의 진전: 유전자 조작과 면역의 장벽을 넘다
이종이식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거부반응과 감염 위험입니다.
과거에는 인간의 면역 체계가 동물 장기를 즉시 공격해 장기가 며칠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여 면역 거부를 낮추고,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인식하는 표면 단백질을 삽입해, 돼지 장기가 인간 장기와 실제로 유사한 반응을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eGenesis, United Therapeutics 같은 기업들은 유전자 60~70개를 조절한 돼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면역 시스템에 맞게 정교하게 조정되어 있습니다.
임상 시험 사례 중에서는 60대 환자가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으로 6개월 이상 생존한 기록도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성과였습니다.
남아 있는 가장 큰 위험: 바이러스
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협은 종간 전염(cross-species infection)입니다.
돼지의 몸속에 잠복해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처음으로 전염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감염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는 이식된 돼지 신장 안에 RNA 흔적은 있어도 감염성 바이러스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대적인 유전자 제거 기술로 위험 유전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관리 가능한 위험 수준으로 빠르게 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니어에게 하는 질문: 이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신부전·심부전·간부전 등 장기 기능 저하로 고통받는 시니어는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고령층의 만성질환 증가, 평균수명 연장, 장기이식 대기자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종이식 기술이 안전하게 정착된다면, 가족의 장기 기증만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오랜 대기 끝에 생명을 잃는 사례가 줄어들며, 경제적·사회적 부담도 크게 감소할 가능성 이 있습니다.
물론 윤리적 우려도 있습니다. 동물권 문제,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논쟁, 종교적 금기 등은 여전히 중요한 논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 연장이라는 가치 역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미래 전망: 기술은 현실이 될까
과학자들은 향후 5~10년 안에 제한적 허용에서 부분적 임상 적용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치 과거 인공심장, 인공관절, 시험관 아기 기술이 사회적 논란을 거치고 결국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이종이식 기술도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는 “평균수명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까지 함께 늘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대할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새로운 경계선에 서 있다
동물 장기 이식 기술은 위험과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연구 현장은 이 기술을 막연한 희망이 아닌 구체적인 치료 옵션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윤리와 안전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이 기술이 가져올 혜택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이 기술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아마 의료 현장에서 “대기 기간 없이 바로 이식 가능한 장기”라는 새로운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 기술이 편리한 시대일수록, 안전의 무게는 더 커집니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다소 충격적인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미국의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했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해킹 기술이 고도화되었다는 수준을 넘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공격 단계를 이어서 수행하는 일종의 ‘반(半)자율’ 공격 시스템이 등장했다는 점은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도 반드시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입니다.
AI가 의학·금융·교육 전반을 혁신하는 시대이지만, 그만큼 악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금융·모바일 인증·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이 급증하는 만큼, AI 기반 공격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이번 사건의 의미와 AI 보안 환경의 변화, 그리고 시니어 세대가 유념해야 할 실질적 대응 원칙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해커들은 어떻게 AI를 ‘공격 도구’로 만들었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해커들이 AI를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라 공격 전체를 합리적·자동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해커들은 AI에게 다음과 같은 공격 절차를 자동으로 실행하도록 시켰습니다.
공격 대상 선정
피싱 이메일 생성
취약점 스캔
악성코드 제작
침투 성공 여부 분석
데이터 탈취
흔적 삭제
이 모든 과정의 80~90%가 자동화되었으며, 인간은 “계속”, “중단”, “확인” 정도의 판단만 내릴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클릭 한 번으로 실행되는 AI 기반 공격 체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특히 해커들은 앤스로픽의 AI 모델에게 보안 점검을 수행하는 합법 조직인 것처럼 위장하여 명령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AI의 ‘경계 장치’를 우회하는 일종의 ‘심리적 탈옥(jailbreaking)’에 해당하며, 앞으로 더 정교한 속임수와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스스로 공격 전략을 선택하거나 완전한 자율성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공격의 많은 부분을 연결해 “자동 흐름”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해킹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한 위협을 발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경고입니다.
AI는 잘못된 손에 들어갈 경우 기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규모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AI가 포함된 사이버 위험은 왜 시니어에게 더 다가오는가
시니어 세대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고, 크고 작은 온라인·모바일 금융 활동이 필수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연금 수령, 금융 자산 관리, 건강보험·정부 서비스 이용 등 모든 핵심 기능이 “디지털 접속”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AI 기반 해킹은 시니어 세대에게 다음과 같은 위험을 높입니다.
▶ ① 매우 정교한 피싱 메시지 생성
AI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 실제 기관과 유사한 말투, 공문처럼 보이는 형식을 쉽게 모방합니다.
특히 “건강보험 조회”, “연금 지급 일정 변경”, “은행 점검 안내” 같은 메시지는 노년층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제여서 더 큰 피해 위험이 있습니다.
▶ ② 음성·영상까지 조작 가능한 시대
최근에는 가족 목소리를 AI가 모사하는 ‘보이스피싱 2.0’ 유형도 늘었습니다.시니어 세대가 가족·지인을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속기 쉬운 구조입니다.
▶ ③ 인터넷 뱅킹·모바일 인증 미숙함
AI 해킹은 공격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만약 인증서나 OTP, 간편결제 등에서 실수하거나 링크를 잘못 누르면 순식간에 자금이 털릴 수 있습니다.
▶ ④ 건강·복지·노인 커뮤니티 등 표적화된 공격
노년층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단체를 가장하는 피싱은 이미 증가 추세이며, AI가 여기에 더 정교함을 더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AI 기반 해킹은 노년층을 ‘쉬운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AI가 공격을 한다”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 기반 공격의 확산은 단지 보안의 강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활 패턴, 금융 습관, 정보 소비 방식 전반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 ① “링크는 누르지 않는 습관”은 여전히 최고의 방어
AI 해킹의 1차 관문은 변함없이 ‘링크 클릭’입니다. 특히 아래 유형의 링크는 절대 누르지 않아야 합니다.
ㆍ은행·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
ㆍ가족·지인의 긴급 상황 메시지
ㆍ경품 당첨, 요금 미납, 계정 정지 안내
ㆍ카카오톡·문자에서 온 로그인 유도 메시지
ㆍ한글은 자연스럽지만 URL이 낯선 주소
ㆍ정식 기관은 링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 ② “전화 확인”이 가장 확실한 검증
AI 피싱은 문장만 정교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투가 자연스럽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ㆍ은행 → 지점 대표번호 직접 전화
ㆍ가족 요청 → 실제 가족에게 다시 통화
ㆍ아는 사람 요청 → 상대방 번호로 재확인
ㆍ공문 형태 메시지 → 기관 대표번호로 확인
“확인 전화”는 AI 공격 시대의 필수 생활 규칙입니다.
▶ ③ 인증 절차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시니어 세대에게 자주 발생하는 위험 중 하나는 “자녀 또는 지인이 대신 인증해 준다”는 습관입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인증서 접근 자체가 공격의 주요 목표가 됩니다.
따라서:
ㆍ금융 인증은 본인이 직접
ㆍ패스워드·핀번호 공유 금지
ㆍ스마트폰 잠금 강화
ㆍ공용 와이파이에서 금융 업무 금지
이 네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④ 스마트폰·보안 프로그램은 최신 버전 유지
AI를 이용한 공격은 시스템의 ‘낡은 틈’을 먼저 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업데이트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보안 강화를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4.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 기술은 이미 노년층 생활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케어콜, 디지털 돌봄 서비스, AI 병원 상담, 금융 챗봇 등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보안 위험은 그만큼 더 커졌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AI 보안 이해력”이 노년 세대의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 ① 정부·지자체의 ‘AI 보안 교육’ 필요
스마트폰 기초교육과 함께 AI 기반 피싱·사기 대응법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필수화되어야 합니다.
▶ ② 금융·의료기관은 노년층에 특화된 인증 절차 마련
고령층이 복잡한 인증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고려해 지문·홍채 등 물리적 인증 기반의 고령친화적 보안 체계가 필요합니다.
▶ ③ 디지털 케어 서비스에서도 보안 기준 강화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돌봄 서비스는 많은 개인 정보를 다룹니다. AI 자동화 공격 시대에는 이 정보들이 더 큰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기업·기관의 보안 수준이 법적으로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5. AI 시대, 기술은 편리하지만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AI는 노년층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건강 체크, 금융 안내, 정보 검색, 돌봄 서비스까지 편리함의 혜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기술은 양면성을 가진 도구이며 선용하면 편리하지만 남용되면 위험합니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디지털 생활에 익숙하지만 보안 공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이중적 위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작은 습관들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ㆍ링크를 누르지 않는 습관
ㆍ모르는 번호·문자는 경계
ㆍ가족·기관·은행은 반드시 전화로 재확인
ㆍ인증 절차는 본인이 직접
ㆍ스마트폰 업데이트는 즉시
이 다섯 가지만 지켜도 AI 기반 공격의 상당수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맺으며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속도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편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위험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앤스로픽 AI 악용 사건은 “AI 시대의 보안은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는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올바르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한 정책분석가의 재도전기에서 배우는 인생의 회복력
엘리자베스 베이커의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정부의 일시 폐쇄로 인해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4년 넘게 일하던 정책분석가로서의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멈췄고, 남은 것은 대출과 생활비,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력서를 들고 또 한 번의 취업박람회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일 아침 일어나 다시 도전하겠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결심이었습니다.
중년 이후의 실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베이커처럼 40대 이후에 실직을 겪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직장에서의 충성심과 경력은 때로는 경기 변동이나 제도 변화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한국에서도 50대 이후의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이나 정년, 혹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현재 55세 이상 구직자의 평균 구직 기간은 약 9개월에 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랜 경력자일수록 ‘자신의 일이 세상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상실감이 큽니다. 그래서 일의 부재는 소득의 부재를 넘어 ‘존재감의 흔들림’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박람회장으로 향하는 용기
베이커가 다시 취업박람회에 나선 것은 단순히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이제 저를 고용할 누군가만 있으면 됩니다.” 그 말에는 절망보다는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부가 문을 닫아 일시 해고된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쌓아온 경력과 역량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 믿음이야말로 ‘회복력(resilience)’의 본질입니다.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이 메시지는 중요합니다. 지금 세대는 ‘퇴직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나 자영업, 사회적 일자리로의 전환점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회가 아니라, 그 기회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입니다.
재기의 핵심은 “네트워크와 루틴”
베이커는 하루 일과를 철저히 지켰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새로운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하루에 한두 곳씩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는’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꾸준함은 결국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퇴직 후 우울감이나 불안이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의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일을 통해 유지되던 루틴이 사라지면, 시간의 의미가 희미해집니다.
따라서 중년 이후 재취업 준비의 핵심은 ‘새로운 루틴 만들기’입니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독서나 운동,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시작점이 됩니다.
또한,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박람회,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시니어 창업학교 등은 단순한 일자리 정보의 장이 아니라, 동료를 다시 만나는 공간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이미 기회입니다.
경제적 불안보다 무서운 것은 자기비하
베이커의 하루는 절약의 연속이었습니다. 고급 식료품점 대신 할인점으로, 외식 대신 집밥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녀는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경제적 곤란보다 더 중요한 심리적 전환의 표시입니다.
실직이나 은퇴 후 가장 큰 적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을 탓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커질수록,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용기는 줄어듭니다. 중장년층이 다시 사회로 나서려면, 스스로를 용서하고, 과거의 성공 모델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의 나’가 아닌 ‘지금의 나’로서 새로운 시장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입니다.
기술 변화 시대, 시니어의 경쟁력은 경험의 깊이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나이 든 근로자들은 종종 ‘뒤처진 세대’로 오해받습니다. 하지만 베이커가 보여준 것처럼, 데이터 분석·정책기획·건강정보 관리 등 복합적 경험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융합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의 강점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함과 통찰력, 그리고 조직을 이해하는 힘입니다. AI가 빠르게 도입되는 사회일수록, 인간적 판단과 정책적 균형감각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50세 이후의 커리어는 ‘경험을 새롭게 번역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베이커가 말한 “나는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의미의 확장판입니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공통점
엘리자베스 베이커는 결국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괜찮았어요. 새로운 연락도 받았고, 예상치 못한 기회도 있었어요.” 그녀의 하루는 실직자의 하루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연습’이기도 합니다.
일자리 문제는 나이나 학력, 경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려는 태도’입니다. 정년퇴직, 사업 실패, 건강 문제 등으로 경력이 끊어져도, 그것이 곧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일’ 자체보다 ‘움직임’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은 배웁니다. 배우는 사람은 연결됩니다. 연결된 사람은 결국 새로운 길을 찾습니다.
다시, 내일을 향해
엘리자베스 베이커가 이력서를 건네던 그 순간은 단지 종이를 전달하는 장면이 아니라, ‘삶을 다시 이어붙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녀는 절망 속에서도 옷차림을 가다듬고, 프로틴 바를 챙겨 먹고,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그 작은 준비의 반복이 그녀를 지탱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은퇴 후 첫 구직 면접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누군가는 오랜 경력 뒤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베이커의 한마디를 떠올려 보십시오.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이제 저를 고용해 줄 누군가만 있으면 됩니다.” 그 누군가는 어쩌면 세상이 아니라, 당신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 스마트폰 시대에 다시 책장을 펼치는 의미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는 모습마저도 사진으로 남깁니다. 카페의 조용한 창가 자리, 햇살이 비치는 공원 벤치, 또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 책을 펼친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옵니다.
그러나 그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는 ‘모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영국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의 기자 올리비아 페터는 이런 현상을 “퍼포먼스형 독서(performative reading)”라 부릅니다.
그녀는 “책은 본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를 통해 자신을 연출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독서는 ‘보이는 나’를 만드는 도구가 되었는가
한때 독서는 가장 개인적이고 고요한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릅니다. SNS가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게 만든 지금, 독서조차 ‘자기 연출(Self-branding)’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 ‘나는 이런 지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선언으로 소비됩니다. 그 대표적 예가 인스타그램 계정 @hotdudesreading입니다. 이 계정은 지하철, 카페, 공원 등에서 책을 읽는 남성들의 사진을 모아 올리며 13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전문학이나 철학서, 혹은 표지가 멋진 예술서적을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책을 다 읽었는지가 아니라, ‘읽는 듯한 이미지’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중고책 시장의 폭발적 성장 — 진정성일까, 연출일까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보여주기식 독서’가 경제적 트렌드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 따르면, 2024년 중고도서 시장 규모는 10억 6천만 파운드(약 1조 8,550억 원)에 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낡은 『위대한 개츠비』, 오래된 펭귄 클래식 시리즈, 혹은 표지가 바랜 철학서 한 권을 구입합니다.
물론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한 실용적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페터 기자는 묻습니다. “사람들이 중고책을 찾는 이유가 단지 경제적 이유일까요? 혹은 낡은 책의 표지가 주는 ‘세련된 이미지’ 때문일까요?”
실제로 SNS에서는 낡은 표지의 책이 ‘지적이고 클래식한’ 미학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니라 겉모습이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이 되는 시대입니다.
독서 공간조차 인테리어가 되는 시대
이제 독서 행위는 공간과 결합합니다.
영국의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리딩 코너(reading nook)”, “코지 북스페이스(cosy nook)”가 주택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큰 쿠션이 놓인 창가 좌석, 알코브를 개조한 독서 공간, 인스타그램용 조명까지—책을 읽는 공간은 하나의 무대 세트처럼 연출됩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점점 ‘정서적 무대장치’로 바뀌는 셈입니다. 사람들은 실제 독서보다는, “책을 읽는 듯한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결국, 책은 사유의 도구가 아니라 ‘감성 표현의 소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은 우리를 구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여주기식 독서’는 부정적인 현상일까요?
페터 기자는 다르게 봅니다. 그녀는 “포스트 리터러시(post-literate, 문자 해독보다 이미지 소비가 우위인 사회)” 시대에서 책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합니다. 사람들이 설령 ‘보여주기 위해’ 책을 펼친다고 해도, 그 손끝에 책장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를 바라보는 그 순간, 우리의 시선과 뇌는 잠시나마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여러 연구에서는 종이책을 읽을 때 뇌파가 안정되고, 집중력이 회복된다고 보고합니다.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 수단이 아니라, ‘정신의 재조율 도구’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주는 메시지 — ‘보여주기’보다 ‘채워가기’
시니어 세대에게 이 현상은 여러 의미를 던집니다.
젊은 세대가 책을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한다면, 시니어 세대에게 독서는 여전히 삶의 지혜를 쌓는 일입니다. 그들은 ‘지식을 소유하는’ 세대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사유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기 이미지를 포장한다면, 시니어 세대는 책을 통해 자신을 다시 구성하고 재해석합니다. 퇴직 이후의 시간, 스마트폰에 묶이지 않는 시간은 ‘나를 되찾는 독서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른 디지털 변화 속에서 뒤처졌다는 감정을 느끼는 이들에게, 독서는 정신적 자율성을 회복하는 통로가 됩니다. SNS의 피드가 아닌, 책의 문장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생각’과 다시 만납니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
지금의 ‘보여주기식 독서’ 현상은 어쩌면 사회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라’고 강요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SNS에 식사, 여행, 감정, 심지어 자선활동까지 올리며 존재를 확인받습니다.
그러나 책은 이와 반대로 ‘침묵의 미학’을 회복시켜 줍니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는 타인의 인정을 구하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는 자신과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잊혀졌던 사유의 근육이 되살아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독서는 곧 ‘정신의 복원력’을 되찾는 행위입니다.
다시, 진짜 독서로 돌아가기
보여주기식 독서는 분명 피상적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작입니다.
화면이 아닌 종이를 바라보는 행위,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사유를 복원하는 일 — 그것이 오늘날 독서가 가진 마지막 품격이자, 시니어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입니다.
책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가 아닌 ‘채워가기’의 자세입니다. 그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진짜 나를 회복하게 됩니다.
— 성장보다 통제의 길을 택한 나라
최근 영국 정부는 이민을 줄이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내세워, 외국인 유학생과 숙련 노동자에 대한 체류 규정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내무부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분석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영국은 향후 5년간 최대 44억 파운드(약 7조6,56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이민 규제 강화(immigration crackdown)’는 겉으로는 공정한 고용 기회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경제 전반에 부담을 안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학생 감소, 대학부터 흔들린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국제 유학생의 졸업 후 체류 기간을 2년에서 18개월로 단축하고,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체류 기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의 대학들은 이미 재정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 등록금이 정부의 상한 규제(연간 9,250파운드)로 묶여 있는 반면, 유학생 등록금은 두세 배 이상 높습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석사 유학생이 지불하는 등록금이 3만 파운드(약 5,220만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이 줄면 학교 재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들은 더욱 취약합니다.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대학 순위 601~1,200위권에 속하는 영국 대학들의 유학생 비자 발급은 최근 2년간 49%나 늘어났지만, 상위 100위 대학은 오히려 7% 감소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방대”와 “중간권 대학”이 외국인 학생으로 버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대학들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당 정부의 정책이 ‘이민 억제’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 해도, 그 대가로 영국의 고등교육 체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숙련 노동자 규제는 산업 경쟁력에도 부담
이번 정책은 대학만이 아니라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숙련 노동자 비자의 영어 요건이 강화되고, 기업이 해외 근로자를 고용할 때 내야 하는 ‘이민 기술자 부담금’이 3분의 1가량 인상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출신 노동자의 이탈로 인력난이 심각해졌습니다. 농업, 의료, IT, 교육, 건설 등 다수의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내무부의 평가에서도 “비자 수수료 수입 감소, 소득세 세입 감소, 소비 위축이 동반될 것”이라고 명시되었습니다. 단기적 정치적 득점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 산업 경쟁력은 희생될 수 있습니다.
‘이민은 부담’이라는 정치적 프레임
영국 사회에서 이민은 오랫동안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1968년 이녹 파월의 ‘Rivers of Blood’ 연설 이후, 이민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스타머 총리 역시 “이민 유입이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과거의 공포 정치 수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민자들이 NHS(국민보건서비스) 부담금, 세금, 등록금 등을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이민 = 부담’이라는 공식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국 재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이 내는 세금과 수수료는 해마다 약 250억 파운드(약 43조5,000억 원)에 달합니다.
즉, 영국의 이민정책은 “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수입을 줄이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 유출의 역설
이번 정책은 또 하나의 문제를 낳습니다. 바로 ‘브레인 리브(Brain Leave)’, 즉 인재 유출입니다.
영국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며 과학·예술·기술 혁신의 허브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체류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같은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가 그 인재들을 대신 데려갈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대학 졸업 후 최대 3년의 체류를 허용하고, 가족 동반도 쉽게 승인합니다. 호주는 ‘Graduate 485 비자’를 통해 4년 이상 체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영국은 이제 “18개월 내 떠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국은 자국 대학이 양성한 고급 인재를 스스로 다른 나라로 내보내는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흔드는 일입니다.
시니어가 주목해야 할 ‘이민과 경제’의 교차점
시니어 세대에게 이 주제는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영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의료와 복지 재정이 점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국가 재정의 균형을 흔들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노동력과 세금이 줄면, 결국 복지 지출의 지속가능성이 약화됩니다.
이민은 단지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력’과 ‘소비력’의 문제입니다.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5%를 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일손이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영국의 이민 억제 정책은 ‘경제적 자립’을 지키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장기적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통제보다 신뢰로 가야 할 길
물론 모든 나라는 국경을 관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의 성장 기반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유학생과 숙련 인력은 단순한 ‘외국인 방문자’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함께 지탱하는 동반자입니다.
이번 내무부의 보고서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정치적 구호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
감정적 통제 대신, 신뢰와 개방을 기반으로 한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의 품격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노년층이 이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젊은 세대의 유입과 혁신이 줄어들면, 그 부담은 결국 우리 세대의 복지와 삶의 질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민을 ‘위협’으로 볼 것인가, ‘기회’로 볼 것인가는 한 나라의 노년층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민은 경제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지속을 위한 선택이다.” – 영국 내무부 영향평가 보고서 논평 중
이처럼 영국의 사례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축소의 흐름 속에서, 이민은 단순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노년의 안녕’을 결정짓는 경제적 변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직장에서 젊은 세대가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단순히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다’는 식의 말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의 20대, 30대가 겪는 노동의 풍경은 우리가 알던 시대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하는 사람”이 아닌 “측정되는 데이터”로 대체된 세상
Z세대의 불행은 단순히 경기 불황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일터는 이제 인간의 감정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업무 성과가 사람의 판단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평가되고, 채용조차 인공지능이 면접관 노릇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가 이력서를 선별하고, 면접 답변의 표정과 목소리 떨림을 분석하며, 직장에서는 키보드 입력 횟수와 마우스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젊은 직원들은 그 속에서 ‘보여주기식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늘 초조합니다. 자신이 진짜로 성장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시스템이 요구하는 숫자를 채우고 있는지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존재의 피로입니다.
‘자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무기력’이 자랍니다
노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직무 만족감의 핵심 요인은 보수보다 자율성입니다. 즉, 내가 스스로 일의 방식을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감각이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젊은 근로자들에게 그 자율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격근무 환경에서도 끊임없는 화면 감시와 실시간 보고 체계가 이어집니다. AI 프로그램은 개인의 성과를 점수화하고, 관리자는 그 점수에 따라 업무를 재배분합니다.
결국 사람은 기계의 하위 모듈이 되고, 스스로를 ‘자동화의 부속품’ 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이나 도전 정신은 리스크로 간주되고, ‘효율’이란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량화됩니다.
Z세대가 “직장이 감옥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불안의 시대”가 만든 세대적 우울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고용의 불안정성입니다. 정규직이 줄고, 단기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삽니다. 퇴직금이나 연금의 개념도 희미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그들이 미래를 설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취업 준비 과정 자체도 비인간적입니다. 온라인 서류 전형은 몇 초 만에 AI가 걸러내고, 면접관조차 봇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과정이 사라지니, 지원자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이런 감정이 누적되면, 세대 전체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25세 이하 청년층의 직업 만족도는 10년 전보다 1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경고음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놓쳐선 안 될 교훈
우리 시니어 세대는 이런 현실을 ‘요즘 젊은이들의 나약함’으로만 보아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이 겪는 일터의 고통은, 자동화와 효율의 논리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잠식하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노동은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배운 인내와 공동체 정신, 책임감의 가치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 가치가 작동할 공간조차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경험한 “노동의 자부심”은 이제 “노동의 감시 체제” 로 바뀌었습니다.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대 간의 단절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다시 써야 할 ‘일의 존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젊은 세대에게 단순히 “버텨라”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 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기술이 인간을 평가하는 대신, 인간이 기술을 관리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 나이 든 세대일수록 “내가 일터에서 가졌던 자율성”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은 효율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인간의 개입입니다.
젊은 노동자들이 ‘데이터’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노동의 본질은 점점 더 비인간화될 것입니다.
‘일의 행복’을 다시 묻는 사회로
우리는 종종 “요즘 세대는 금방 그만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가 무시되는 구조 속에서 탈출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Z세대의 불행은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관계와 의미를 원합니다.
기계를 이기는 방법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깊은 인간성입니다. 노년층인 우리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지켜낼 때, 비로소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간 연대가 가능해집니다.
그것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노동의 유산’ 이 아닐까요?
2025년 11월, 테슬라 주주총회장은 한마디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습니다. 세계 금융사(史)에 유례가 없는 금액이자, 그 규모만으로도 상징적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숫자는 단순한 부의 축적을 넘어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AI와 로봇, 전기차, 그리고 우주 산업까지 아우르는 머스크의 행보는 한 개인의 성공담이라기보다 ‘기술문명 시대의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묻는 사회적 실험처럼 보입니다.
“돈이 아닌 사명감” — 머스크가 던진 메시지
머스크는 이번 계약을 발표하며 “나는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기술을 만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가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서 에너지·로봇·AI 중심의 종합 기술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가 언급한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그리고 에너지 저장 솔루션은 기존의 제조업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받는 1조 달러(약 1,400조 원) 보상은 “과연 인간 한 명의 가치가 이만큼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단지 미국 자본주의의 과잉 문제로 그칠 사안이 아닙니다. 노동의 가치, 리더십의 정의, 사회적 책임의 기준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로 확장됩니다.
‘성과 중심 보상’이라는 새로운 기준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의 보상 구조를 “성과 달성형 장기 보상”이라고 설명합니다.즉, 회사의 시가총액과 수익성, 기술혁신 목표가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되어야 그가 이 보상을 실제로 받게 됩니다. 단순한 급여가 아니라, 미래 성과에 대한 ‘옵션’의 개념인 것입니다.
이 구조는 2018년 머스크가 받았던 560억 달러(약 78조 4천억 원)의 스톡옵션보다 훨씬 대담합니다. 당시에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CEO 보상”이라 불렸는데, 이번에는 그 수십 배에 달합니다.
비판자들은 “이 정도 금액은 기업 윤리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지만, 찬성 측은 “머스크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결국 이번 계약은 ‘한 명의 리더가 만들어낸 비전의 가치’를 시장의 언어로 측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리더십, 나르시시즘인가 비전인가
머스크의 리더십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창업가이자 동시에 독단적인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한편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비전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자기확신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그의 스타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과 ‘압도적 목표 설정’으로 대표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50대 이후 세대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의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머스크식 리더십은 “나이와 상관없이 비전을 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뀝니다.
우리는 종종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두지만, 기술 시대의 리더들은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꿉니다. 머스크가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정신입니다.
그것이 기업의 가치를 1,400조 원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입니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메시지 — “비전은 나이에 묶이지 않는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 이야기’로만 끝날 일이 아닙니다. 노년의 삶에서도 ‘보상’과 ‘가치’의 개념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 “나는 이제 사회적 역할이 끝났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머스크의 사례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기술을 설계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설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지만, 세상은 오히려 ‘변화를 주도할 용기’를 요구합니다. 머스크의 비전은 우리에게 “후반생에도 혁신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이 스며든 지금, 시니어 세대가 AI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의 삶을 재설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개인의 ‘두 번째 테슬라’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목표라도 꾸준히 발전시키는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시대입니다.
기업의 윤리, 개인의 양심
그러나 이 거대한 보상은 동시에 불편한 논쟁도 불러일으킵니다. 기후위기, 빈부격차,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가 심화되는 시대에 한 CEO에게 1,400조 원이 주어지는 구조는 과연 정당한가?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윤리적 자본주의의 근본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됩니다.
시니어 세대가 오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탐욕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는 교훈일 것입니다. 따라서 머스크의 성공을 그대로 찬양하기보다, 그의 비전이 얼마나 인류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테슬라의 AI 기술이 단지 생산성 향상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노년층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의 보상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미래 투자’로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미래를 향한 균형 감각
시니어 독자들이 이번 뉴스를 받아들이며 기억해야 할 것은 “균형 감각(balance)”입니다.
머스크의 대담한 비전은 분명 감탄할 만하지만, 그것이 모든 세대의 모범이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전을 품되,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것, 혁신을 추구하되,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머스크가 상징하는 1조 달러의 보상은 결국 인간이 어디까지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시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비전’은 돈보다 오래 남는다
머스크의 보상안은 앞으로 수년간 기업 경영 교과서에 남을 것입니다.
그가 과연 목표를 달성하고 이 막대한 보상을 실제로 받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전 세계에 던진 메시지입니다. “비전은 나이와 돈을 초월한다.” 머스크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점입니다.
그의 도전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향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랍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상담실의 벽 너머, 모니터 속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이상 사람만의 몫이 아닙니다. AI 챗봇은 이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의 패턴을 분석하며, 때로는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의 심리치료사 잭 워디(Jack Worthy)는 인공지능 챗봇 ‘ChatGPT’를 이용해 환자의 꿈을 분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는 환자가 작성한 꿈 일기를 AI에게 입력해 반복되는 감정과 주제를 찾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환자들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치료의 몰입도도 높아졌습니다. 워디는 이를 “AI와의 협력적 치료”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언어 분석 능력이 결합된 것입니다.
AI는 감정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어 속의 패턴을 분석해 정서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나는 화가 나 있다”는 문장보다 “나는 요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더 깊은 우울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파악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초기 진단과 위험 신호 탐지에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거나, 불안 장애의 악화를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AI 치료’의 한계도 명확합니다. 공감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상호작용입니다. 인간 치료사는 환자의 눈빛, 침묵, 말의 떨림에서 마음의 결을 읽어냅니다. 반면 AI는 그 미묘한 맥락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AI는 공감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는 말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심리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고령층에게 AI 상담은 접근성의 장벽을 낮춰줍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밤마다 외롭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고 말하는 노년층 환자들에게 AI 챗봇은 조용한 벗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인간 치료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는 반복적인 기록 분석, 정서의 언어적 패턴 감지, 세션 간 간극을 메우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이어야 합니다. AI가 던진 데이터 기반의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환자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 치료사의 영역입니다.
심리학자 사라 플래너건은 “AI가 도와주는 부분은 ‘무엇을 말했는가’이지, ‘왜 그렇게 말했는가’는 여전히 인간이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AI는 치료의 창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환자의 영혼과 마주 앉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심리치료는 기술과 인간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공감 능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공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시니어 세대에게 이 변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줍니다. 첫째,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구로 받아들이라는 것. 둘째, 인간의 따뜻한 감정이야말로 그 어떤 알고리즘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해줄 수는 있지만, 마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마음을 다루는 시대.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 아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이해하고 함께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여전히 인간 안에 있습니다.
배우자가 자리를 비우고 대신 은행 계좌에 로그인하려다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공과금 고지서, 복잡한 투자 내역, 알 수 없는 비밀번호 목록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순간 말입니다.
앨리스 스톤 나히모브스키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곁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평생 가계를 책임져온 부부라면 한쪽의 부재는 단순한 ‘이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남은 이에게 경제적 문맹 상태에서의 생존 시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함께 살았지만, ‘함께 관리하지 못한 돈’
앨리스는 러시아 문학 교수로 평생 학문에 몰두해왔지만, 가계의 숫자와 재정은 모두 남편 사샤의 몫이었습니다. 그는 세심했고, 꼼꼼했습니다. 그러나 그 꼼꼼함은 배우자에게 ‘이해 가능한 언어’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처음으로 여러 스프레드시트를 열어보았습니다. 투자 내역, 주식 거래 기록, 연금 자료, 세금 명세서 등 남편의 손끝에서 정리된 모든 파일들이 이제 자신에게 넘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파일은 단순한 엑셀 시트가 아니라, ‘해독되지 않은 언어의 지도’였습니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약 6~7년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 구조가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금융서비스재단의 조사에서도 40%의 남성이 자신이 사망한 후 아내가 재정적으로 취약해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통계는 슬프게도 단지 미국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가계의 금융 결정을 한쪽 배우자만 전담하는 사례는 여전히 높습니다.
“그가 있을 땐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어요.”
앨리스는 남편의 죽음 이후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고 고백했습니다.
남편이 평생 관리하던 금융 구조 속에서, 그녀는 갑자기 낯선 수치와 서류의 홍수에 던져졌습니다.
퇴직연금, 채권, 주식, 세금공제, 계좌 비밀번호—이 모든 것은 그가 사라진 순간, 가족의 생명줄이자 벽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재정 상담사를 찾아갔습니다. 로건 리드라는 전문가가 남편의 여러 계좌를 정리해주었지만, 그것은 단지 기술적인 도움일 뿐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돈의 구조’가 아니라 ‘돈의 소통 부재’였습니다.
리드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남편이 재정을 맡아온 세대의 여성들은 배우자의 죽음 이후 비로소 복잡한 금융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앨리스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나누었지만, 책임은 나누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숫자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배워야 합니다.”
앨리스는 그가 남긴 스프레드시트를 다시 열어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를 잃기 전에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남편이 생전에 남긴 비디오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영상 속 사샤는 차분히 각종 계좌의 구조와 투자 흐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앨리스는 그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슬픔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금융 강의’였던 셈입니다.
남겨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유산은 ‘정보 공유’
사람들은 흔히 ‘재산 상속’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정보 상속’은 간과합니다.
누가 어디에 얼마를 넣었는지, 어떤 보험이 있으며, 어느 계좌로 공과금이 자동이체 되는지—이런 일상적인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은 채 부부의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단순히 슬픔만이 아니라 ‘혼란’을 상속받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고령 부부가 늘어가며 이 같은 문제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 다양한 재정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 운용 방식이나 수령 절차를 배우자가 모르면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사랑의 증거’가 단순히 유언장에 담긴 금액이 아니라, 배우자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재정 설계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1. ‘공유 가계부’를 만들자.
엑셀 파일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수입, 지출, 자동이체, 보험료, 예금 계좌 등을 명시하고, 배우자와 함께 업데이트하세요.
2. ‘디지털 자산 목록’을 기록하자.
온라인 계좌, 포털 로그인, 증권사, 신용카드, 공인인증 등 디지털 접근 정보를 정리해두면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3. ‘가족 재정회의’를 정례화하자.
월 1회, 짧게라도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재정 상황을 점검하면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4. ‘신뢰할 만한 제3자’를 두자.
재정 상담가나 변호사 등 객관적인 사람이 재정 기록을 관리하도록 위임할 수도 있습니다.
5. ‘금융 문해력’을 늦기 전에 배우자.
숫자는 두렵지만, 배우지 않으면 두려움이 현실이 됩니다. 지역 평생교육원, 50+센터, 노후설계 아카데미 등에서 무료 강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건 모르는 것이다.”
사샤는 죽음의 순간까지 가족의 경제를 책임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유산은 ‘돈’이 아니라 ‘기억’이었습니다.
앨리스는 이제 그 기억 위에서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숫자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배워야 해요. 이건 생존의 문제니까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재정을 공유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일입니다.
- 시니어를 위한 구강 관리의 과학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건강뿐 아니라 ‘미소’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치아 건강을 단순히 ‘씹는 기능’으로만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치아와 잇몸 상태가 심장, 뇌, 그리고 기억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명지표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들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잇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는 전신의 위험 신호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진은 잇몸 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6%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입속의 세균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 염증 반응이 생기고, 이는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잇몸에서 시작된 염증이 뇌혈관까지 침투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은 단순히 구강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혈액 속 염증 단백질이 많아지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치과 검진을 미루는 것이 단지 치아 한두 개를 잃는 문제가 아니라, 기억과 판단력, 나아가 삶의 질을 잃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치실 하나로 치매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레스터 대학교의 아누르 코르벳 교수는 “매일 치실을 사용하고 이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전신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구강 위생이 아니라, 면역 체계와 혈류의 균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라는 의미입니다.
치실을 사용할 때는 하루 한 번, 잠자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칫솔이 닿지 않는 잇몸 틈 사이를 부드럽게 훑어내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염증성 단백질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3분의 치실 사용이 치매 예방 백신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먹는 것이 약이다 — 치아가 좋아하는 식단
치아를 튼튼하게 만드는 음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핵심은 오메가-3 지방산, 니트레이트, 칼슘, 섬유질입니다.
등푸른 생선(연어·고등어·정어리)
오메가-3 지방산은 잇몸 세포막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여 줍니다. 1주일에 2회 이상 섭취하면 잇몸 출혈과 붓기가 줄어들며, 인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비트·시금치·셀러리
니트레이트가 풍부한 이 채소들은 구강 내 혈류를 촉진하고 산화질소 생성을 늘려 세균 번식을 억제합니다. 켄터키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비트 주스를 2주간 꾸준히 마신 사람은 잇몸 염증이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치즈
식사 후 치즈 한 조각은 산을 중화시켜 치아의 재광화를 돕습니다. 특히 체다나 파르메산 같은 숙성 치즈는 구강 내 pH를 안정시켜 충치를 예방합니다. “식후 치즈”는 어쩌면 가장 고소한 건강 비결입니다.
통곡물, 과일, 채소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은 씹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치아 표면을 닦아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균형을 잡아 구강 세균의 독성을 완화시키기도 합니다.
치아는 두뇌의 거울입니다
치과 진료를 미루는 시니어층이 많습니다. 영국 성인 구강건강조사(Adult Oral Health Survey)에 따르면, 55세 이상 중 29%가 지난 1년간 치과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치아가 불편하지만 참는 문화”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치과에 가는 것은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두뇌 운동의 일부입니다.” 치아가 건강해야 씹는 힘이 유지되고, 씹는 자극이 뇌혈류를 증가시켜 해마(記憶 중추)를 활성화시킵니다.
반대로 씹는 기능이 떨어지면 뇌의 대사율이 감소해 인지 저하가 빨라집니다. 즉, ‘잘 씹는 습관’이 곧 뇌 건강의 비결입니다.
칫솔질의 과학 — ‘3-2-1 법칙’
하루 3회 이상 (식후 3분 이내)
2분 이상 꼼꼼하게
1일 1회 치실 또는 구강 세정기 사용
이 단순한 습관이 충치, 치주염, 구취는 물론 심혈관 질환과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과학적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르코 아르모니오 박사는 “치아 관리야말로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항노화 치료”라고 말했습니다.
노년의 미소는 건강의 척도입니다
치아는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습니다. 작은 무관심이 쌓여 큰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지어보십시오. 그 미소가 곧 심장과 두뇌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아침의 양치, 점심의 치즈, 저녁의 비트 한 조각이 당신의 기억력을 지키고, 삶의 질을 지켜줄 것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북극의 얼음은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경고만으로는 이 위기를 막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층 과감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바로 ‘태양을 가리자’는 것입니다.
이 다소 낯선 발상은 ‘태양 복사 조절(Solar Radiation Modification, SRM)’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태양에서 오는 빛과 열의 일부를 반사해, 지구로 도달하는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항공기나 풍선이 대기권 상층부에 미세 입자—예를 들어 황산염—를 뿌려 햇빛을 산란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결코 허황된 공상 과학이 아닙니다. 실제로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대기 중에 뿌려진 황산염 입자 덕분에 지구 평균기온이 약 0.5도 낮아졌습니다. 이 효과는 1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이런 자연 현상이 인공적으로 재현된다면, 기후 위기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과학자들의 머릿속을 스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태양빛을 줄인다고 해서, 모든 지역이 동일하게 ‘시원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가뭄이나 폭우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농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비의 양이 조금만 변해도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지역별로는 불균형이 생기는 셈입니다.
또한, 태양빛을 줄인다고 해서 지구의 근본적인 온난화 원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석탄, 석유, 가스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한, 대기 속 탄소는 줄지 않습니다. 설령 태양빛을 반사해 지표의 온도를 낮춘다 해도, 바다의 산성화나 생태계의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SRM의 또 다른 문제는 ‘끝낼 수 없는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수십 년 동안 이 방식을 계속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중단한다면, 반사 효과가 사라지면서 지구는 단기간에 급격한 온도 상승을 겪게 됩니다. 이를 ‘종결 충격(termination shock)’이라 부릅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냉각기를 꺼버리는 순간, 자연은 그동안 억눌렸던 열을 한꺼번에 되돌려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왜 일부 과학자들은 이 방법을 연구하는 걸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미 인류가 너무 늦었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내 제한’ 목표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2035년 이전에 그 한계선을 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가 되면 태양 복사 조절은 ‘마지막 방어선’으로 불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단독 해법으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술이 있다는 생각이 배출 감축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어차피 태양빛을 줄이면 되는데 왜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하느냐”는 식의 논리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항상 인간의 욕심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 주제는 단순한 환경 뉴스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의 세대가 겪어온 산업화, 경제성장, 그리고 에너지 소비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기후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절제’가 생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녀 세대에게 남겨줄 세상은, 더 이상 GDP의 숫자가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마실 수 있는 물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SRM 논의는 결국 인간이 어디까지 자연을 조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태양의 빛마저 우리가 조절하려 한다면,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위험한 실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지혜 없이 사용되는 기술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를 냉각시키려는 실험은 단지 기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겸손, 책임,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한 약속의 문제입니다. 과학의 힘으로 태양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식혀야 할 것은 지구의 온도가 아니라, 뜨겁게 달아오른 우리의 욕망일지도 모릅니다.
의학의 발달로 암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서 암 발병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줍니다. 과거에는 암이 주로 중장년층 이후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20대나 30대의 젊은 환자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변화는 단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만든 결과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운이나 유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습관과 환경이 암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비만, 음주, 수면 패턴의 교란, 그리고 가공식품 중심의 식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암의 위험은 ‘나이’보다 ‘습관’이 좌우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전체 암의 약 40%는 생활습관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체중 조절, 절제된 음주, 금연,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실제로 육류 섭취가 많은 서구형 식단보다 채소와 통곡물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할수록 암 발생 위험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이러한 사실은 시니어 세대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젊을 때의 습관이 노년의 건강을 결정한다.”
40대 이후에 나타나는 질환의 상당수가 이미 20대, 30대의 생활습관에서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니어 세대는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생활 문화를 물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족력보다 중요한 ‘자기관리력’
유전적 요인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유전보다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이나 대장암의 경우 가족력이 있더라도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크게 낮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조기 검진을 시작하고, 본인의 몸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장암이나 위암처럼 초기 증상이 미미한 암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예방적 발견이 가능합니다.
몸의 신호를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마라
전문가들은 “젊은 사람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시니어 세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벼운 피로, 체중 감소, 변의 변화, 지속적인 통증 등을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암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조기 발견이 생명을 구한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활의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정기검진은 귀찮은 절차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투자입니다.
건강은 개인의 선택이자 사회의 유산
건강은 운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입니다.
하루 30분의 산책, 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 적정 체중 유지, 충분한 수면은 모두 암 예방의 핵심이자 장수의 기반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이러한 실천을 생활 속에서 보여줄 때, 자녀 세대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태도 대신, ‘나부터 실천하자’는 자세가 세대 전체의 건강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입니다.
암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건강한 습관을 되찾는다면, 암 없는 노년, 그리고 더 긴 행복의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부모의 재산이 아니라, ‘미래의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세대
영국의 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수조 파운드의 재산이 세대를 거쳐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위대한 부의 이동(Great Wealth Transfer)’이라 불리는 이 흐름은 한국 사회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산의 이동이 ‘사랑과 신뢰’로 이뤄지기보다, 조급함과 불안, 그리고 돈의 힘으로 인해 왜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젊은 세대에게 상속을 ‘희망’이자 ‘필수’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영국에서는 2000년 평균 주택 가격이 8만4천 파운드(약 1억4천7백만 원)였던 것이, 지금은 29만3천 파운드(약 5억1천2백만 원)로 세 배 넘게 뛰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의 57%가 “가족의 도움 없이 집을 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역시 ‘영끌’ 세대와 ‘부모 찬스’가 일상이 되었지요.
이제 상속은 단순한 노후 자산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생존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직 살아 있는 부모의 재산’을 이미 자신의 것처럼 여기게 되는 심리적 변화입니다. “언젠가 내 것이 될 돈인데, 지금 미리 쓰면 안 될까?”라는 유혹이 가족 관계를 뒤틀어 놓습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재정적 학대’
영국의 노인 보호 단체 ‘아워글래스(Hourglass)’는 매년 7만5천 건 이상의 노인 학대 사례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 중 80% 이상이 가족 구성원에 의한 경제적 착취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부모님, 손주 등록금 좀 도와주세요”, “지금만 빌려주세요”와 같은 정서적 압박입니다. 처음엔 도움을 요청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요구로, 그리고 협박으로 변합니다.
어떤 자녀는 “돈을 안 주면 손주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부모가 더 싼 요양원으로 옮기도록 강요합니다. 이른바 ‘유산 보존(inheritance preservation)’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의 소비를 제한하고 지출을 통제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가족의 재정 관리를 돕는 것 같지만, 사실상 노인의 경제적 자유를 빼앗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학대는 법적 범죄이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스스로 피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가해자가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믿음
노인들이 자녀의 행동을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 아이는 내 가족이야. 나를 해치지 않아.”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상담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나를 돌봐주는 가족이니까’라고 합리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합니다. 사랑과 신뢰가 돈의 문제로 얽히면, 관계는 순식간에 권력 관계로 변합니다. 돈을 가진 사람은 의존의 대상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은 설득과 압박의 주체로 바뀝니다. 그렇게 가족 간의 ‘심리적 서열’이 형성됩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는 늘고 있습니다. 부모의 퇴직금이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자녀, 고령 부모의 명의로 사업 자금을 빌려 쓰는 경우 등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부모는 “내가 죽으면 어차피 그 돈은 자식에게 갈 텐데…”라며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만, 그 순간 이미 학대의 문은 열려버립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경계’
전문가들은 상속과 관련된 가족 갈등을 예방하려면 ‘관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주는 사람’이 아니라 ‘의사결정권자’로서 자신을 세워야 합니다. “내 재산은 나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식을 분명히 해야 하지요.
또한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돈을 주는 이유”와 “주는 시점”, “관리 방식”을 명확히 문서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영국처럼 ‘지속적 위임장(Lasting Power of Attorney)’ 제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재정권을 맡기는 방법도 참고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상속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돕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지만, 그 사랑이 조건과 기대를 낳는다면 관계는 금세 변질됩니다.
노년의 돈, 노년의 자존감
돈은 오랜 세월의 노동이 남긴 흔적이자, 인생의 자존감입니다. 그 돈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노후 재산은 단순히 가족에게 물려줄 ‘유산’이 아니라, 자신의 존엄을 지탱하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내가 도와주면 저 아이가 행복할 거야.”라는 믿음은 따뜻하지만, 때로는 위험합니다. 자녀의 삶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부의 이전’을 건강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상속을 둘러싼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대화가 성숙해야 합니다. 사랑을 앞세운 재정적 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사랑’만큼이나 ‘경계’가 필요합니다.
– 프루넬라 스케일스의 생애가 남긴 품위의 교훈
“치매는 프루에게 원래부터 있었던 진정한 온유함을 드러냈습니다.”
영국 배우 프루넬라 스케일스(Prunella Scales, 1932~2025)에 대한 작가 줄리언 마친의 헌사는, 노년의 인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프루넬라 스케일스는 드라마 ‘폴티 타워스(Fawlty Towers)’에서 단호하고 날카로운 시빌 폴티 역으로 영국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년은 화려함 대신, 조용한 치매와의 동행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녀는 2013년 혈관성 치매 판정을 받았고,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억과 언어를 잃어갔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무대의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연극혼’은 남는다
마친은 오랜 친구로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습니다. 91세의 프루는 더 이상 대본을 외우기 어려웠지만, 여왕 빅토리아를 연기하던 그 시절의 감각만큼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었습니다. 마친은 남편 팀 웨스트의 권유로 그녀의 마지막 낭독을 녹음하게 되었고, 그 작업은 2023년 2월에 완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빅토리아가 죽음을 맞는 순간, 프루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마친은 그렇게 회상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프로 배우의 호흡이 살아 있었고, 청중의 상상 속에서 여왕은 생생히 존재했습니다.
그녀는 녹음을 마친 후 물었습니다.
“나 잘했나요?”
“정말 훌륭했어요.”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예전 같았어요. 아직도 할 수 있네요.”
그 말에는 단순한 직업적 자부심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재의 감각’을 회복한 기쁨이 담겨 있었습니다.
병이 드러낸 또 하나의 얼굴, ‘온유함’
줄리언 마친은 “치매가 프루에게 원래 있던 본질을 드러냈다”고 썼습니다. 그것은 바로 ‘온유함(gentleness)’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프루는 강단 있고 도도했습니다. 명성은 그녀를 보호막처럼 감쌌고, 때로는 차갑고 예민하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병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점점 더 순하고, 타인에게 다정해졌습니다.
치매는 잃음의 병으로 불립니다. 이름을 잃고, 관계를 잃고, 언어를 잃습니다. 그러나 프루의 경우 그것은 ‘가식과 방어의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사회적 역할이나 명예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남편의 손을 잡고, 친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느끼는 단순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치매가 ‘인간을 파괴하는 병’이라는 통념에 대한 조용한 반론이기도 합니다. 병은 그녀를 단순하게 만들었고, 그 단순함은 그녀를 다시 인간답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이 남긴 마지막 유산
프루는 60년 넘게 배우로 살아왔습니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남편 티모시 웨스트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연극계의 ‘황금 커플’로 불렸고, 은퇴 후에도 함께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프루의 기운은 급격히 약해졌습니다.
마친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녀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내 손을 잡고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그 애정과 연결감은 여전히 느껴졌다. 나는 그 인연을 팀 덕분에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생애를 보면,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매로 인해 기억은 사라졌지만, 사랑의 감각만큼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기억의 소멸’을 두려워하지만, 실제로 인간에게 가장 깊이 새겨진 것은 ‘감정의 기억’입니다. 사랑과 온기, 손의 감촉 같은 것들은 언어보다 오래 남습니다.
치매 이후의 존엄, 그리고 사회의 시선
오늘날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 이상이 겪는 질병이며, 한국에서도 고령층의 10%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치매 환자를 ‘이미 사라진 사람’처럼 대합니다.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인격과 존엄이 사라졌다고 오해합니다.
프루넬라 스케일스의 사례는 그 통념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그녀는 치매를 앓으면서도 무대에 섰고,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서의 품위’를 지켰습니다. 그녀의 병은 그녀를 무너뜨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를 본래의 인간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년의 또 다른 가능성입니다. 치매는 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존재’로 살아가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몸은 약해져도 마음의 결은 남고, 사회가 그것을 존중할 때 노인의 삶은 여전히 존엄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미소’를 위하여
마친은 마지막 인사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루, 저는 당신을 늘 미소로 기억할 것입니다. 인간의 생이 끝난 뒤 누군가가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바로 그런 기억일 것입니다.”
그 말은 프루 개인에 대한 헌사이자, 모든 노인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인간이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재산도, 명성도, 업적도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미소’입니다.
노년은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덜어내는 시간입니다. 프루는 그 덜어냄 속에서 온유함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온유함은, 치매조차 지워버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
한국 사회도 초고령화에 접어들며, 치매는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의 ‘치매안심센터’나 ‘기억친구’ 제도처럼 사회적 대응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이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프루의 사례처럼 ‘병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시선’입니다. 치매는 인격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방식입니다. 언어 대신 표정으로, 기억 대신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돌보는 자녀, 배우자를 잃은 노년의 동반자, 혹은 자신이 진단을 받은 시니어 독자라면, 프루의 삶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치매 속에서도 “나는 여왕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는 기억을 넘어선 자존감이 있습니다.
미소로 끝맺는 생
인생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떠나는가입니다. 프루넬라 스케일스는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미소였습니다.
그 미소는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나요?” 병이든 나이든 우리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인간의 품위는, 기억이 아닌 마음의 결로 남습니다.
그것이 프루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대사입니다.
– 시니어의 삶과 기억, 그리고 ‘전달되는 마음’의 의미
호주의 서쪽 끝자락, 화턴 해변(Wharton Beach)에서 평범한 한 가족이 발견한 작은 유리병은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인류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서 바다에 던져진 ‘병 속 편지’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것이지요.
그 병 속에는 당시 27세의 맬컴 네빌과 37세의 윌리엄 할리라는 두 병사의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유럽의 서부전선으로 향하던 군함에 타고 있었고, 생의 불안과 낙관이 교차하는 그 순간, 한 장의 종이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어머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음식도 괜찮고, 단 한 끼만은 바다에 묻었습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쟁의 불확실한 내일 앞에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인간의 용기와 사랑이 있었습니다.
100년의 세월을 건너온 편지
이 편지는 바다를 떠다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래언덕 아래에 묻혀 세월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파도가 쌓아 올린 모래층 속에서 편지는 햇빛도, 염분도 피하며 ‘보존’되어 있었지요.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나 마침내 자연의 손에 의해 다시 세상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 발견을 한 브라운 가족은 “기적 같다”고 말했습니다. 글씨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었고, 병에는 따개비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되었거나 파도에 떠다녔다면, 종이는 이미 바스러졌을 것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이 얼마나 신비로운 기록 보관자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 ‘전하고자 하는 마음’
문명은 기록으로 세워집니다. 동굴 벽화, 점토판, 편지, 디지털 파일까지 —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이 병 속 편지 역시 그 본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네빌 상병은 “이 병을 발견하면 어머니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가 바랐던 것은 거대한 명예도, 영웅의 이름도 아닌 단 하나의 안부였습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그 말이 바다를 건너고, 세기를 넘어 결국 후손에게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무덤 너머에서 손을 내민 것 같았다.”
세상은 기술로 달라졌지만, ‘전달받는 마음의 울림’만큼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시니어의 삶에 남겨진 메시지
오늘날 우리 시니어 세대의 삶도 어쩌면 이 병 속 편지와 비슷합니다. 젊은 시절 바다에 던졌던 수많은 꿈과 다짐, 사랑과 후회가 세월이라는 파도에 묻혀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우리 손에 다시 잡히는 순간이 찾아오지요.
그때마다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과연 잘 살아왔는가?”
“내가 남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노년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달된 이야기’로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인류의 방식입니다.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재산이나 기술보다도 ‘기억과 마음’입니다.
네빌 상병이 남긴 짧은 편지가 가족의 역사와 공동체의 감정을 다시 일깨웠듯, 시니어 한 분 한 분의 경험 또한 사회의 기억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대를 잇는 다리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발견의 순간’입니다. 브라운 가족이 병을 들어 올렸을 때, 그 안의 편지는 이미 100년 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손에 닿기만을 기다리는 ‘편지 같은 존재’인지 모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말과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삶의 의미’ 아닐까요?
시니어 세대가 지금 젊은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그리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도 그랬단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한 문장 속에는 인생 전체가 담깁니다.
맺으며
병 속 편지는 단순한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의 생명력’을 증명한 하나의 사건입니다.
잊힌 듯 묻혀 있던 이야기가 세상의 빛을 다시 만날 때, 인류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다시 묻게 됩니다.
오늘도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병 속 편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말일 수도, 손편지일 수도, 사진 한 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언젠가 그것을 발견해, 미소 지을 수 있다면 — 그 인생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 시니어를 위한 ‘모발 건강과 신체 신호’의 과학
우리의 머리카락은 단순히 외모를 완성하는 장식물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은 ‘건강의 기록자’로서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흰머리가 늘어나거나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만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변화를 미세하게 반영하는 생물학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머리카락이 몸의 상태를 기록하는 “미세한 일기장과 같다고 말합니다. 머리카락 한 올에는 지난 몇 주, 몇 달간의 영양상태, 스트레스 수준, 수면 패턴, 약물 복용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머리카락을 ‘작은 뇌’, 혹은 ‘생체 센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낭 속에 숨은 생명의 미세한 세계
우리의 두피에는 약 10만 개의 모낭(hair follicle)이 존재합니다. 이 모낭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공장만이 아닙니다. 미생물, 바이러스, 진균이 공존하는 ‘미세 생태계(microbiome)’를 이룹니다.
마이애미대학교 피부과 전문의 랄프 파우스(Ralf Paus) 박사는 “모낭 속의 미생물군은 외부 병원균을 차단하고, 염증을 완화하며, 피부 상처가 회복되도록 돕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상처가 생겼을 때 모낭의 줄기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하여 새 피부세포를 만드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이는 머리카락이 단순히 외부 장식물이 아니라, 피부 재생의 비밀 병기임을 보여줍니다.
머리카락은 ‘시간의 기록자’
머리카락은 매일 자라며, 하루 약 0.3mm, 한 달에 1cm 정도 성장합니다.
이 성장 속도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밤보다는 아침 시간대에 더 빨리 자라며, 우리의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에 맞춰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아침형 사람의 모발 성장 패턴과 야행성 사람의 패턴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우리 몸의 내부 시계를 반영하는 생물학적 ‘타임라인’ 역할을 합니다.
머리카락이 감지하는 바람, 감정, 그리고 신경
머리카락은 감각기관처럼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합니다. 바람이 스칠 때, 누군가의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 느껴지는 감정적 안정감은 단순한 심리효과가 아닙니다.
모낭에는 신경말단이 몰려 있어 외부 자극이 곧바로 뇌의 감정중추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머리카락은 감정과 생리적 반응이 교차하는 경로로서,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닌 정서적 소통의 매개체가 됩니다. 시니어가 손주나 배우자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느끼는 따뜻함이 바로 그 예입니다.
머리카락이 보내는 ‘건강 경보’
모발이 빠지거나 가늘어지는 현상은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닙니다. 영양 결핍,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열, 스트레스,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요인이 머리카락에 즉각적으로 반영됩니다.
한 달간 자란 머리카락을 분석하면, 그 기간 동안의 약물 복용 이력,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 중금속 노출 여부를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즉, 머리카락은 피 한 방울 없이도 당신의 건강 상태를 ‘조용히’ 증언하는 생체 샘플입니다.
실제로 범죄수사나 의학 연구에서 머리카락 검사는 혈액검사보다 긴 시간의 생리학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노화와 머리카락의 변화
시니어에게 머리카락은 나이의 상징이자 건강의 거울입니다.
나이가 들면 모낭의 세포 분열 속도가 느려지고, 색소세포가 줄어들면서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흰머리가 생깁니다.
이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세포의 에너지 생산력(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감소하고 혈류 순환이 약화된 결과입니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머리카락의 ‘성장기(anagen phase)’를 단축시켜 탈모를 촉진시킵니다.
규칙적인 수면, 단백질 섭취, 미량영양소(아연, 철분, 비타민 B군) 보충이 모발 건강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머리카락을 돌보는 것은 곧 나를 돌보는 일
노년기에 머리카락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지금 내 몸은 안정적인가?”
“나는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가?”
“내 수면과 스트레스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머리카락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건강관리의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우리 몸의 소리를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솔직하게 들려주는 기관입니다.
시니어를 위한 ‘모발 건강 습관 5가지’
ㆍ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 케라틴의 주성분은 단백질입니다.
ㆍ충분한 수면 유지하기 — 밤 11시부터 새벽 2시는 모발 성장 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시간입니다.
ㆍ철분과 아연 보충하기 — 모근의 혈류 순환을 도와줍니다.
ㆍ자극적 염색과 과도한 열기구 사용 줄이기 — 모낭 손상을 예방합니다.
ㆍ정기적인 두피 마사지 — 혈류를 개선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완화합니다.
마무리하며
머리카락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삶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식습관, 수면, 감정, 스트레스, 약물, 환경—all of it—이 머리카락 속에 기록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머리카락을 돌보는 일은 외모 관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읽는 ‘자기 관찰의 예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머리카락은 조용히 자라지만, 결코 침묵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건강과 생명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영재’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이해력이 빠르며, 남보다 한 걸음 앞선 학생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부모들은 자녀가 ‘영재 판정’을 받으면 대견해하고, 학교는 그들에게 더 많은 교육 자원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는 이 단어가 점점 더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이 실제로는 ‘특권층의 아이들’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영재’는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미국의 대도시에서 교외에 이르기까지, 영재 프로그램은 교육 시스템 안에서 오랫동안 ‘성공의 관문’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상급학교 진학 시 우선권을 얻고, 나중에는 대학 입학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냉정합니다.
같은 시험 성적을 받은 두 학생이 있을 때,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영재 프로그램에 선발될 가능성은 빈곤 가정의 아이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출발선의 차이가 결과를 갈라놓는 것이지요.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시 같은 대형 교육구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영재반’이 아니라 ‘기회반’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권의 이름으로 불리는 영재’
한때 미국 사회에서 영재반은 ‘꿈의 교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중산층 백인 가정의 자녀들이 주로 들어가게 되면서, 흑인·라틴계·저소득층 아이들이 배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교육이나 조기유학을 통해 경쟁력을 쌓은 아이들이 입시와 영재 프로그램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본래 의도했던 ‘잠재력 발견’보다는 이미 기회를 가진 아이들을 다시 선택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는 점입니다. 재능이 아니라 환경이 영재를 만든 셈입니다.
따라서 ‘영재 교육’이라는 말은 더 이상 ‘공정한 교육’을 뜻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선별이 아니라 확장이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주의 한 대형 공립학교는 ‘영재(gifted)’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고급 학습자(advanced learner)’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명칭의 변화가 아닙니다.
누가 ‘타고난 천재’인가를 가르는 대신, 모든 아이가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교육 철학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워싱턴 D.C.에서는 ‘영재반’이라는 단일 트랙을 없애고, 대신 수학·과학·언어 등 특정 과목별로 심화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비용이 더 들지만, 다양한 학생이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할 기회를 얻습니다.
누구에게나 잠재력은 존재하되,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시니어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
이 이야기는 단지 어린이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 60~70대의 시니어 세대 역시 한때는 ‘시험’과 ‘경쟁’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그 과정에서 “능력 중심 사회”라는 말이 정당화되었지만, 실제로는 기회의 불평등이 세대를 넘어 재생산되었습니다.
오늘의 노년층 중에도 “어릴 적 집이 가난해서 대학을 못 갔다”는 회한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영재 논쟁은 결국, 그때와 똑같은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재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재능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시니어 세대는 인생을 돌아보며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재능은 단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과 기회의 축적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말이지요.
따라서 후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조기 선발이 아니라, 늦게 피는 꽃도 존중하는 교육입니다.
‘영재’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영재 교육을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영재’를 조기 선발의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재정의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AI 시대를 맞은 지금, 지식의 습득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력, 협업, 창의성입니다.
이것은 태어나면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경, 교육,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미국의 일부 학군에서는 영재 프로그램을 혁신해, 문제 해결 능력과 협동적 사고력을 평가 기준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영재반의 인종적 구성과 사회경제적 다양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선발’에서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입니다.
결론: 진짜 영재는 늦게 핀다
한국 사회 역시 ‘조기 경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재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소수 특권층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노년층의 삶이 보여주듯, 인생의 성장은 언제나 두 번째 기회, 혹은 세 번째 기회에서 일어납니다. 재능을 가르는 일보다, 누구나 스스로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역할입니다.
‘영재’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시험 점수나 IQ가 아니라,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의지와 끈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영재’가 될 수 있습니다.